장안의 화제라는 영화 아바타를 봤다.
무슨 영화표 예매하기가 성수기에 항공권 예약하는 거 보다 더 어렵더냐.-ㅅ-;
아이맥스3D로 보는 건 도저히 힘들 것 같아서 디지털3D로 겨우 봤는데 대단한 영화기는 하더라.
다들 3D로 보는 이유가 있는 영화였다. 그 상상력도 놀랍거니와 이를 시각화시켜 영화로 탄생시킨
감독의 역량도 높이 산다. 압도적인 CG의 기술과 비주얼에 비교해볼때 조금 미약한 스토리와
몇 몇 캐릭터의 묘사가 떨어지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으나, 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
하도 이 영화가 인기고 이슈다보니 요새는 짜집기다, 뭐다하며 까는(?)기사나 의견도 많이 보이던데
(이죽대고 보자면 짬뽕 아닌 영화가 어딨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아바타는 분명 굉장한 영화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해 아바타2도 제작된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얼마나 기다려야 볼 수 있을까?
전작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고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이 법칙을 깬 장본인이므로 속편을 기대해도
괜찮을 것 같다. 끝으로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영화에 지나지 않았던 아바타를 꼭 봐야한다는 의무감을
심어준 영화평을 첨부하며 마치도록 한다.
최첨단 이미지가 넘치는 영화
이야기는 자원이 바닥난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에서 대체에너지를 찾는 데서 시작한다. '판도라'로 불리는 행성에 엄청난 자원이 매장되어 있지만 인간이 숨 쉴 수 없는 독한 공기로 가득 차 있는 게 문제다. 그래서 원주민 형상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한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만들어낸다. 산소 마스크 없이도 숨을 잘만 쉬는 데다 3m나 되는 거구라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그런데 이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직 해병 제이크(샘 워딩튼)가 그만 원주민 여전사 네이티리(조이 살다나)와 눈이 맞는다. 자원을 강제로 빼앗기 위해 사랑하는 그녀의 고향 판도라를 마구 파헤치는 토목공사 개발 독재는 이제 그가 갈 길이 아닌 거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삽질'을 저지하려 원주민과 함께 분연히 떨쳐 일어서는 '친환경 반정부 에코' 히어로. 이제 행성의 운명을 건 싸움이 시작되고 영화의 클라이맥스도 함께 막이 오른다.
어느 해외 평론가가 < 아바타 > 를 보고 "우주에서 < 늑대와 춤을 > "이라고 썼다고 한다. 적절한 비유다. < 늑대와 춤을 > 2큰술에 < 매트릭스 > 1큰술을 넣고 < 라스트 사무라이 > 와 < 글래디에이터 > 를 각각 1작은술씩 넣은 뒤, 최근작 < 디스트릭트 9 > 의 일부 장면까지 살짝 토핑하면 대략 < 아바타 > 의 이야기 레시피는 완성된다. 한마디로 '구식'이면서 '짬뽕'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흔해 빠진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인다. 주인공이 아바타와 교감하듯 관객은 스크린과 교감하며 자주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가 감정이 북받쳐 잠시 울컥하기도 한다(사실 우리끼리 얘기지만 < 타이타닉 > 의 러브스토리도 어지간히 구식 아니었나). 제임스 카메론 영화는 매번 흔한 이야기를 흔치 않은 이미지에 담아내는 게 강점이다. < 아바타 > 는 그중에서 가장 최첨단 이미지가 넘쳐나는 영화다. < 스타워즈 > 를 뛰어넘는 SF영화 한 편 세상에 남기겠노라, 청운의 꿈을 품고 트럭 운전사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그는 고등학교 때 노트 뒷면에 장난삼아 휘갈겨 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마침내 한동안 경쟁자를 찾기 힘든 근사한 스펙터클로 완성했다. 장하다, 카메론!
끝으로 하나 더. < 아바타 > 는 토목공사를 맹신하는 개발론자가 권력을 남용할 때 세상 꼬라지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가 상상한 불행한 미래를 왠지 제일 먼저 실현시킬 것 같은 이 나라에 살다보니 극장에 앉아서도 속이 끓는다. 산을 깎고 숲을 밀고 강을 망친 인간들의 최후가 부디 영화 속 '그들'과 같으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그건, 힘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