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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람숲 여행사/└ 세계 기행

동유럽여행 #10 - 블레드에서 보힌까지






하마트면 이 블레드역에 내리지 못할 뻔 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학생들이 바글거리던 역 다음이 블레드역인데, 그렇게 빨리 도착할 줄 미처 몰랐다. 내릴 준비를 한다며
다음이 블레드역이니까 파우더 좀 두들기고, 립글로즈도 바르고 그럴 시간은 충분히 될줄 알고 느긋하게
컴팩트거울을 보고 있던 중, 정현씨가 티코인지 마티즈인지 우리나라 차(실제로 동유럽은 한국산 소형차를 
쉽게 볼 수 있다)가 보인다고 한마디하길래 그러냐며 고개를 들었는데 기차는 블레드역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고 있던 것이다. 오마야~~ 우리, 여기서 내려야 해!! 소리지르며 부랴부랴 짐 챙기고 나와 정현씨가
먼저 내리고 내가 내리려는데, 덜컹 문이 닫히려고 하는 거다!! 눈이 캄캄해지고 아무 생각이 안나더라.






캐리어는 그냥 던져버리고 난 어떻게든 내리려고 용 쓰고 있는데 다행히 문이 잠깐 열려 얼른 내렸다.
그때의 스릴이란!! 내렸으니깐 어이없게나마 웃을 수 있었지, 그러지 못했더라면...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일이다. 명색이 관광지인데 아무리 비수기여도 그렇지, 어떻게 1분을 정차하지 않고 문이 닫힐
수가 있냐며, 내리는 사람은 왜 또 우리 뿐이었거냐면서 쫑알쫑알, 투덜대지 않을 수 없었다. 기차길을 건너자
사진 속, 가운데 여자가 날보고 계속 웃더구먼. 하긴 웬 동양여자의 쇼를 보았으니 웃지 않을 수 없겠지.T_T





블레드역에 내려서 블레드호수를 가려면 버스로 갈아 타야 한다. 버스정류장은 기차역 바로 앞에 있다.
슬로베니아의 여행은 블레드호수와 보힌 그리고 수도인 루블라냐의 코스라 보힌을 먼저 가느냐,
블레드호수를 먼저 보느냐가 관건이었다. 블레드호수행 버스가 바로 도착해서 타야하나, 또 고민을 했다.
그런데, 기차 안에서 본 일본여자가 그 버스를 타더라. 아까 블레드역에서 내린 사람이 우리말고 없었는데...
정현씨도 분명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어디서 갑톡튀한 것이냐~ 미스터리의 일본 여자였다.
결국은 보힌을 가기로 결정하고 블레드호수 버스를 보냈는데 시간표에 인쇄된 시간이 애매하여
오래 기다려야할 것 같아 그냥 블레드호수로 가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블레드행 버스는 자주 온다)
아까 왜 그 버스를 보냈나 싶더라. 우리를 도와준다며 거들었던 할머니에겐 감사의 인사를~
버스에 탔더니 학생들로 그득하다. 피부색이 다른 낯선 이방인을 쳐다보는 시선은 이제 감수해야 한다.





블레드 부근에 접어들면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블레드호수에 관한 이야기는 추후에 하기로 하겠다.
버스에 하차해 현지인에게 물어서 인포메이션센터에 가기로 했다. 날씨는 화창하기 이를 때 없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반팔입고 다니더라. 우리도 겉옷은 벗고 캐리어를 끌고 인포까지 호수를 바라보며 걸었다.
인포에 도착해서 보힌행 버스시간을 물어보고 나왔다. 인포센터 언니가 쿨하고 보이쉬한게 맘에 들더라.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싫어할 듯 하여... 간만에 먼나라에 왔더니 새가슴이 되었고나~@@





버스정류장에서 블레드의 인포센터까지 갔다가 다시 오다.
보힌과 블레드를 여행하는 동안 이 길을 몇번이나 왔다 갔다 했던가.ㅋㅋ
블레드호수는 다음 날을 기약하고 보힌행 버스를 탈 것이다.
결국은 보힌부터 갈 거였으면서... 돌고, 돌았네.ㅎㅎ
여정이란, 상황에 따라서 바뀌고 또 바뀌는 거란다.





드디어 보힌행버스를 탔다.
운전하는 분이 누구를 연상하게 했냐면 오래 전에 할아버지는 멋쟁이라는
미드를 TV에서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드라마의 할아버지를 닮았다.
새넌 도허티가 꽤 풋풋하게 나왔었지. 기억할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ㅎㅎ





운전자 우측 방향,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아주 탁월한 자리선택이었다.
이렇게 달리는 곳을 마주보고 다가오는 풍경을 근접하게 구경하며 목적지까지 갔다.
도로가 보다시피 좁고 바로 옆이 주택이라 마당의 구조까지 볼 수 있어서 여러마리의
고양이가 평화롭게 노닐고 있던 뜰이며, 작은 교회에서 치러지던 장례식까지 볼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보힌까지 가는 길은 손대지않은 자연의 정점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슬로베니아는 한국사람들에게 낯선 여행지 중 한 곳이고, 그중에서 보힌까지 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꼭 가보길 권한다. 특히, 버스에서 바라 본 블레드에서 보힌까지 가는 길은 감히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풍경을 놓칠세라 사진찍을 생각도 못하고 눈과 마음으로 아로새겼다.





보힌에 도착, 인포센터에 가서 민박(Zimmer의 개념)을 알아 보았다.
여러 곳 중, 우리가 생각한 가격대와 적합한 민박을 골라 우연인지 필연인지
때마침 근처에 와 있던 남자의 집이어서 그를 따라 민박집에 도달했다.
민박집 화장실 표시가 너무 앙증맞다.ㅋㅋ








우리가 보힌에서 하룻밤을 신세질 방이다.





테라스가 있어 나가서 둘러 보다.







 
소박한 마을 풍경이 맘에 들었다.
지랄디로 찍은 사진은 해상도가 낮게 맞춰져있어 비루하기 그지 없고나~+_+





멍때리는 나의 모습





여기는 부엌이다.
사먹을 곳도 마땅지않아 보이던데 저녁은 한국에서 싸온 음식들로 해결해야지.^^;





방을 둘러본 후, 카메라만 들쳐메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왔다.
저 집이 우리 민박집이고 저 두사람이 젊은 주인부부다.
숙박비 계산할 때, 여권을 보여주면 우리 성이 같아 자매냐고 한번씩 물어보곤 한다.ㅎㅎ








인포센터와 슈퍼가 있는 건물 앞에 아이들이 단체로 앉아 있다.
호기심의 눈길로 쳐다보는 아이도 있고 째려보는 아이도 있다.
(야들아~ 언니들, 나쁜 사람들 아니야. 해치치 않는다규.ㅡ_ㅡ+)





본격적으로 보힌의 호주 주변을 낱낱이 파헤쳐 보리라~^ㅁ^V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보시고 한마디씩 남겨주는 여러분의 소중한 댓글이 다음 편 제작의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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